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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침햇발] 2년차 징크스를 깨려면 / 백기철

등록 2018-01-02 17:19수정 2018-01-02 19:40

백기철
논설위원

새해를 맞아 올해처럼 나라의 안녕과 평온을 절실히 기원하게 되는 때도 드문 것 같다. 나라 안팎 사정이 위중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올해는 촛불혁명의 결실을 구체화하고, 한반도 위기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 시기다. 올 한해 성과에 따라 한반도와 촛불의 운명이 결판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2년차는 통상 대통령에게 희비가 교차하는 해다. 국정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고 탄력이 붙기도 하지만, 임기 중 하향곡선이 시작되는 기점이 되기도 한다. 1년차 때 조심스레 국정을 운영하다 2년차에 자신감이 붙으며 실적을 내지만, 가끔씩 과속으로 탈선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함께 북한산 산행을 하며 사모바위에서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 6명과 함께 북한산 산행을 하며 사모바위에서 첫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년차인 1994년 4월 이회창 총리 경질 파동을 겪으며 기세가 꺾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년차인 1999년 5월 ‘옷로비’ 사건에 연루된 김태정 법무부 장관을 밀어붙이다 좌절되면서 시련을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년차인 2004년 5월 물러나는 고건 총리에게 각료 제청권 행사를 주문했다가 거절당했고, 여당도 반대하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 총리 카드를 밀어붙이다 상처를 입었다.

노무현 청와대 5년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5년 단임 대통령의 ‘시간 패턴’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초 ‘나는 앞의 대통령들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임기 말이 되면 결국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년차 대통령이 사고 칠 때는 대체로 잘나갈 때였다. 문 대통령은 1년차에 높은 지지율로 잘나갔지만 2년차에 사고 칠 형편도 아니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고, 나라 형편도 워낙 위중하다. 굳이 가정하면 여당이 선거를 너무 낙관해 사고 치거나, 선거 결과가 여당 승리로 나온 뒤 2년차 징크스가 현실화할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문 대통령 2년차의 가장 큰 짐은 북핵 위기다. 2018년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가 종이 한 장 차이로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김정은이 연초 유화 국면에 나섰지만, 이 기회를 누군가의 헛발질로 날린다면 그다음은 정말 전쟁일 수 있다. 대화 국면이 도래했다고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집권 2년차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외교 대통령이 돼야 한다. 중대 국면을 돌파하려면 조금씩 점수 따는 착실한 외교로는 어렵다. 미국을 어떻게든 움직여 의기투합할 수 있어야 한다. 밖으로 큰 외교를 펼치려면 안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북핵 외교에 대한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집권 2년차엔 촛불의 성과도 구체화해야 한다. 개혁 입법과 개헌 등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으로 상징되는 격차 해소야말로 촛불의 최대 요구다. 최저임금을 무조건 1만원까지 올리라는 게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정책의 핵심을 붙잡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집권 2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좀더 확장적이었으면 한다. 여당 내에서 문 대통령을 두고 ‘최고의 힐러’라고들 한다. 화재 현장이든 5·18 추도식이든 진심으로 다가가 상처를 씻어주는 힐링의 대가라는 뜻이다. 야당은 이를 두고 ‘쇼통’이라지만 국민 입장에선 ‘힐링 대통령’의 면모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나랏일이 감성적 행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얹혀 가기보다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욕먹더라도 과단성 있게 결단해야 한다. 아마도 2년, 3년이 되어가면 외로운 결단을 해야 할 일들이 늘 수 있다. 문 대통령이 2년차를 맞아 나라와 역사 앞에 큰 지도자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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