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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검찰, 비열한 성범죄 ‘침묵의 카르텔’ 깨야

등록 2018-01-30 18:05수정 2018-01-30 18:58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글과 방송 인터뷰에 대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이번 사안은 ‘정의 실현’을 임무로 하는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검찰이 갖고 있는 이중성, 그리고 ‘최고 엘리트’라 불리는 전문직 여성 역시 성범죄의 대상이 되고 혼자 괴로워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한꺼번에 드러냈다. 30일 이 이슈가 에스엔에스(SNS)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청원에 불이 붙은 건 바로 이에 대한 ‘분노’와 ‘공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서 검사가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자신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당사자라고 밝혔던 최교일 의원(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혀 기억에 없다. 왜 나를 관련시키냐”고 펄쩍 뛰었지만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검찰 내부망에 이 사건을 언급했던 임은정 검사는 “왜 당사자가 가만있는데 들쑤시고 다니냐고 날 호통쳤던 검사장이 최교일”이라고 밝혔다. 부인만 하면 넘어갈 줄 알았다니 그 뻔뻔함에 기가 막힌다.

애초 법무부와 검찰의 반응 또한 직장 내 성범죄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나오는 전형적 반응이었다. ‘오래전 사건이라 경위 파악이 어렵다’ ‘인사 불이익은 발견 못 했다’는 해명과 ‘인사 불만 때문 아니냐’는 식의 뒷말들이 나왔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성비위 징계 건수가 2012년 이후 5년간 34건이라는데, 이런 조직문화 속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은 또 다른 성범죄가 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 인터뷰에서 서 검사는 검사 간 성폭행 사건도 덮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첨부문서에 쓴 글은 옮기기도 어려운, 수준 이하의 성차별·성희롱 발언이 술자리는 물론 일터에서도 일상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장례식장이란 공개석상에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수많은 검사가 보고 있었는데도 버젓이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서 검사는 인터뷰에서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환각이 아닐까 생각했다”고까지 말했다. 가해자인 안태근 전 국장은 물론, 바로 옆에 있었다던 이귀남 당시 장관을 비롯해 동석했던 검사들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침묵은 ‘조직 보위’가 아니라 ‘범죄 카르텔’이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범죄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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