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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가치관의 다양성’ 기준으로 새 대법관 뽑아야

등록 2018-06-18 18:14수정 2018-06-19 09:45

공교롭게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시점에 대법관 3명의 후임자 추천 일정이 다가왔다. 대법관 후보추천위는 20일 회의를 열어 8월2일 임기가 끝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등 대법관 3명의 후임자 후보 9명 이상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김 대법원장이 이 중 3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그러나 추천된 41명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하는 비판론이 적잖다. 이 중 38명이 현직 또는 전직 판사로, 순수 변호사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현직 판사 33명 가운데서도 법원행정처를 거친 판사가 13명인데 이 중엔 문건 작성 등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들도 있다. 대법원 자체가 재판거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점에 매우 부적절한 추천이 아닐 수 없다. 경험과 성향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 판사 출신을 중심으로 한 기존 추천 패턴을 답습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 구성 면에서 보면,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개혁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중견 판사들을 파격적으로 발탁한 이른바 ‘독수리 5형제’ 인사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적잖다. 게다가 현 대법관들이 ‘사법농단’을 사실상 비호하고 나선 것도 후임 인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장 시절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고영한 대법관이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밝히기 위한 컴퓨터 조사를 거부해 은폐·지연 책임이 없지 않은 김소영 대법관 등은 개인적으로라도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사정을 모르는 대법관들까지 동참시켜 두차례나 ‘재판 거래는 없다’는 입장문을 내도록 한 것은 최고법원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추락시켰다. 현 대법원 구성의 한계가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대법관 일동’의 입장문을 낳았다는 시각이 많다.

사법부는 3부 가운데 유일하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설 땅이 없다. 대법원은 그동안 대법관 인사의 ‘다양성’ 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가치관이나 생각의 다양성 대신 출신학교나 성별 등 ‘무늬만 다양성’으로 대응해왔다. 이젠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독수리 5형제’를 뛰어넘는 과감한 발탁과 쇄신 인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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