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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쉬쉬한 군 인사들 책임 물어야

등록 2018-07-11 05:59수정 2018-07-16 12:08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군대 내에 독립수사단을 설치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국외순방 중인 대통령이 특별지시 형태로 군 관련 수사를 명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렇게 긴박하게 움직인 배경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군이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대응했다면, 송영무 장관을 포함한 현재의 군 수뇌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배경에 대해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무사의 불법적 문건 작성은 물론이고 현 정부에서 이를 파악한 뒤 미온적으로 대처하기까지 전·현직 군 인사들이 폭넓게 연루돼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기무사 문건은 5·16 쿠데타부터 시작된 군의 정치개입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국기문란’ 행위에 가깝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평화적 촛불집회를 할 때 기무사는 이를 유혈 진압하고 정부·언론을 장악하는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게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독립수사단 수사를 통해 문건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검토하고, 보고받은 이들을 밝혀내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인력을 투입해서라도 전·현직 군 인사들의 연루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할 것이다.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들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만큼 민간인 불법사찰 행태도 파헤쳐야 한다.

송영무 장관이 3월에 이미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서 문건 존재를 보고받고도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 않은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가진 송 장관은 보고를 받고도 뚜렷한 이유 없이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덮으려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군의 정치관여 행위는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반민주적 행태다. 야당 일각에선 기무사 문건이 단지 관행적인 도상 계획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파장 축소에 급급하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에게 계엄령으로 맞선다는 기무사 문건은 군의 오랜 정치개입 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그 불행한 역사를 종식하는 게 마땅하다. 군이 더는 국민을 향해 총을 들이대는 걸 상상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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