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은 막판까지 김선수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를 들었으나,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사법개혁 비서관을 지내는 등 경력에 비춰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해왔다. 야당으로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법원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비춰 보면 노동자 등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30여년 한길을 걸어온 김 후보자가 갖는 상징성의 무게를 간과한 것 같아 아쉽다. 어쨌든 세 후보자의 동의안이 통과됨으로써 다음달 2일 이들이 취임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 전체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 신임 대법관은 물론 사법부 전체가 사법농단 사태로 추락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 사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자행된 사법농단 사태를 척결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약속과 달리, 대법원은 주요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관련 법령’에 위반되지 않아야 하고 ‘관리자로서의 책임’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들 보기엔 사실상의 ‘협조 거부’에 가깝다. ‘양승태 대법원’이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이 마치 전관예우라도 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며 핵심 자료를 감추니, 일선 법원도 줄줄이 영장을 기각하는 형국이다. 이런 식이면 사법부의 신뢰 회복은커녕 불신만 더 키우게 된다.
신임 대법관들이 대법관회의를 통해 국민과 동떨어진 대법원의 이런 조직이기주의적 분위기를 깨야 한다. 또 대법원 스스로 ‘정권에 협조한 판결’로 예시한 판례들은 적극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경제 발전을 최우선 고려’하느라 노동자보다 사용자 편에 서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권침해에도 눈감은 판례들을 하나씩 바꿔야 한다. 문건 내용을 보고 분노한 숱한 피해자들이 서서히 대법원에서 헌법재판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실을 대법원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 대법관들이 대법원에 활력소와 함께 균형추 구실을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