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 공기업 3사인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가 26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외 자원개발사업 실태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종의 고해성사인 셈이다.
이들 공기업은 당시 사업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자원 매장량이나 수익률을 과대평가했고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고백했다. 또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 등이 압력을 가한 정황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사례가 ‘엠비(MB) 제1호 자원외교’로 불리는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이다. 애초 석유공사는 ‘사업 추진 불가’ 입장이었으나 4차례의 청와대·산업부 주관 대책회의를 거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한다. 석유공사는 “당시 정부의 자원외교 1호 사업이 좌초하는 것을 우려한 산업부나 청와대 등의 외압 때문에 강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원개발사업은 회수 기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위험도 크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도 경제성과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았고 외부 압력까지 개입됐으니 처음부터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공기업 3사의 국외 자원개발 관련 손실액이 2017년 말 기준 15조9천억원에 이른다. 무리한 사업 탓에 이들 공기업은 현재 51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 있다.
산업부와 공기업 3사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당시 사장 등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실 사업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경제적·전략적 가치를 냉정히 평가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사업들을 빨리 정리하라는 것이다. 올바른 지적이다. 감사원도 2015년 국외 자원개발 손실을 12조8천억원으로 추정하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의 매각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추정 손실이 3년 새 3조원이나 불어났다. 가망성 없는 사업을 계속 끌고 가면서 부실을 키우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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