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전직 대법원 수뇌부가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19일 박 전 처장 소환과 함께 이들에 대한 단죄 과정도 본격 시작될 것이다. 과연 칼자루를 쥔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으로 썩어버린 부위를 스스로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할 수 있을까. 이제 사법부의 ‘법과 양심’이 국민적 심판대에 올랐음을 법관 사회 전체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임 전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사건에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 이르기까지, 언론에 거론된 대부분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과 법관 사찰에 직접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보관실 운영비 전용 등 범죄사실만 30여가지에 이른다. 청와대와 협의해가며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들의 연구모임을 와해하는 일을 행정처 차장 수준에서 결정했을 리 만무하다.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등 윗선 지시를 받거나 협의하며 움직인 사실은 문건과 진술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한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이 구속 이후 소환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 등 수뇌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발에 그치는 바람에 검찰이 증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사법농단 사건이 꼬리자르기로 마무리된다면 결국 그 부담은 법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서울중앙지법이 재판부를 3개 늘렸다고 해서 국민들이 얼마나 재판의 공정성을 믿어줄지 의문이다. 상급심도 마찬가지다. 19일 열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비롯해 법관 사회가 신뢰 회복을 위해 지혜를 총동원하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