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해 11일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소환 이래 구속에 이은 기소까지, 헌정 사상 초유의 굴욕적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검찰은 이달 안으로 차한성·이인복 전 대법관 등 다른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판 청탁 의원들에 대한 법리검토가 끝나면 지난해 6월 본격화한 사법농단 수사도 마무리된다. 이제부터는 사법농단 사건 재판이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지느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이다. 재판부 구성부터 선고까지 반드시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사법부 전체의 명운과 신뢰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거래와 법관 탄압 등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알려진 대로 상고법원 추진 등을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을 비판하는 법관들에게 문책인사 등 불이익을 가했다. 특히 2013년부터 5년 사이 모두 31명의 법관을 ‘물의 야기 법관’이란 미명 아래 문책인사 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지금까지도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으나, 모두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 활동을 저지하고 와해를 시도한 사실도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됐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대한변협 회장단을 압박하기 위해 광고와 지원을 감축하는 등 치졸한 방법을 동원한 사실까지 공소사실에 포함됐으니, 말 그대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 재판이 변호인단 집단 사임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고위 법관들이 ‘재판 거래는 없다’며 검찰 수사에 반대해온 상황은 공정 재판에 대한 우려를 낳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탄희 판사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압도적 다수의 법관들은 진실의 편’이라고 믿는다.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온 국민이 사법농단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법원 전체가 국민의 심판대에 올라섰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