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수리 작업을 하던 운송장치에 끼여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의 김용균씨 사망 사고와 원인과 구조까지도 판박이라고 한다. 김씨 유족과 시민사회가 나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등 노동자 안전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계속되는데도 같은 유형의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으니 참담한 일이다.
이번에도 ‘2인1조’ 작업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숨진 황아무개씨는 이날 새벽 두 차례 운송장치 고장 연락을 받았으나, 두 번 모두 혼자 현장에 갔다고 한다. 동료들 말로는, 평소에도 고장 수리 요청이 많아 2인1조로 일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황씨 말고 수리 업무와 무관한 여성 노동자 한 명밖에 없었다. 두 사람 다 협력업체 소속이라고 하니, 이번 사고 또한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참극의 전형인 셈이다.
회사 쪽은 2인1조 근무 수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 함께 있던 노동자도 기계 사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사실상 2인1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다 숨진 희생자 앞에서 감히 해서는 안 되는 궤변이다.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고장이 잦았으면 설비를 개선하고 수리 인력도 늘렸어야 마땅하다.
회사는 고인과 유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