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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보실장 복귀 막더니 정부 조롱까지 한 한국당

등록 2019-04-05 19:20수정 2019-04-05 19:22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당 최고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당 최고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국가 재난사태로까지 번졌는데도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민경욱 대변인이 상식 밖 언행으로 공분을 샀다. 나 원내대표는 5일 “여당이 상황의 심각성을 보고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언론이 이상하게 쓰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날 국가위기관리 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묶어두어 신속한 산불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다는 비난에 오히려 여당과 언론을 탓한 것이다.

국회 영상속기록을 보면, 4일 밤 9시25분 속개된 운영위에서 홍영표 위원장(민주당)은 사태 수습을 위해 정의용 안보실장의 이석을 허용해 달라고 자유한국당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정의용 실장도 ‘속초 시내로 불이 번졌다’며 상황의 급박함을 알렸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되레 “야당 의원이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 아니냐”, “우리가 청와대 한번 부르기 쉽습니까”라며 이석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밤 10시36분께 홍 위원장이 “의원님들 모니터를 한번 켜시고, 속보를 한번 보시라.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함께 가졌으면 좋겠다”고 질타하자, 그때서야 이석을 허용했다. 정 실장은 화재 발생 3시간21분이 지난 밤 10시38분에야 국회를 떠났다고 한다.

국회 운영도 중요하고 외교정책을 따지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 수준의 산불이 났는데도 정부 위기관리 책임자를 국회에 붙잡아두는 건, 국민보다 당략을 먼저 따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여기에 민경욱 대변인은 4일 밤 페이스북에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 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며 문재인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황급히 글을 삭제했다. 민 대변인은 5일엔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네티즌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또 한차례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겐 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 아픔보다는 청와대와 정부를 공격하는 게 더 중요한 관심사인 듯싶다. 제1 야당다운 책임있는 처신이 어렵다면, 한점의 부끄러운 마음이라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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