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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크게 후퇴한 ‘김용균법 시행령’, 이대로는 안된다

등록 2019-04-22 17:37수정 2019-04-22 20:21

민주노총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파기하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도급 승인 대상 입법예고안 전면 재검토와 대폭 확대, 건설기계 원청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노총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파기하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도급 승인 대상 입법예고안 전면 재검토와 대폭 확대, 건설기계 원청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년 전 구의역 김군의 죽음에도 꿈쩍 않던 국회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 이후, 어머니 등의 간절한 호소 앞에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당시에도 여러 미비점이 지적됐지만 시행령에서 보완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22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등 4개 하위법령 개정안은 실망스럽다. 이렇게 구멍이 숭숭 난 채 ‘위험의 외주화’와 ‘산재 사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법률에도 불구하고 김용균이나 구의역 김군은 설 자리가 없다. 발전소, 지하철·철도, 조선업 등이 산안법의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진 데 이어 시행령에서 규정한 도급 승인에서도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청 책임 강화로 충분하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위원회’나 ‘조선하청 산재에 대한 고용노동부 조사위원회’가 모두 외주화나 재하도급 금지를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던 걸 생각하면, 지나치게 기업 부담만 고려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애초 산안법에 화학물질 사내도급 금지를 언급했음에도 시행령에서 4개 물질 취급 설비의 개조·분해·해체·철거 작업으로 범위를 대폭 줄여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안법은 처음으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가맹본부에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시행케 하는 등 의미가 적잖다. 하지만 이도 그 대상을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9개 직종으로 한정하고, 가맹점 수가 200개 이상인 가맹본부에만 적용하도록 해서 한계를 지닌다. 특히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사업장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해제를 요청하면 무조건 나흘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도록 한 것은 현행 규정보다 훨씬 뒷걸음질친 것으로 몹시 우려스럽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번의 개정으로 산업안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이토록 법 취지보다 후퇴한 시행령으로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을 ‘비용’에서 ‘안전’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에 보호범위 대상 등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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