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2개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19.7.30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국가 제외 방침을 확정하기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인 서청원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31일 일본을 찾는다. 8월2일부턴 타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한-일 두 나라의 외교 수장이 나란히 참석해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런 만남을 통해서 한-일 무역갈등을 푸는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아베 정부가 태도를 바꾸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일 갈등은 지난 4일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 이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직접 일본의 ‘보복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으나, 아베 신조 총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먼저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한-일 정상회담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일본이 예정대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말처럼 두 나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국회 방일단은 이틀간 도쿄에서 한일의원연맹 일본 쪽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자민당 의원 등 일본 여야 의원들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쪽이 지난 5월 방일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냉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면담에 응한 건 긍정적이다. 집권 자민당의 몇몇 핵심 인사들은 아직 면담이 확정되지 않았다는데, 한-일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만남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외교장관 만남에선 한-일 무역갈등에 관한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한-일 갈등의 골은 이번 한두번의 만남으로 풀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는 두 나라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일본 언론도 기회 있을 때마다 “외교적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고, 두 나라 간 협의에 진정성을 갖고 나서길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열린 자세로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