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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간토 대학살’ 외면한 일본, ‘폴란드 침공’ 사죄한 독일

등록 2019-09-02 18:58수정 2019-09-02 19:03

무형문화재 김순자씨가 1일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학살당한 조선인 넋을 위로하는 춤을 추고 있다.
무형문화재 김순자씨가 1일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학살당한 조선인 넋을 위로하는 춤을 추고 있다.
과거사를 마주하는 일본과 독일의 태도가 다시 한번 극명하게 대비됐다. 1일 도쿄에서 열린 ‘간토(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 도쿄도지사는 끝내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1923년 9월 간토 대지진 뒤 일본 자경단과 군경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헛소문을 퍼뜨리며 수천명을 학살한 사건을 외면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폴란드 비엘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참석해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그동안 역대 지사 대부분이 보내온 추도문을 2017년부터 3년째 보내지 않았다. 그는 추도문 거부 이유로 “모든 희생자를 함께 추모한다”고 했지만, 이는 지진 사망자와 학살 희생자를 구분하지 않는 방식으로 학살 책임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 그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른 것은 독일인”이라고 인정한 뒤 “우리는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폴란드는 2차 대전에서 600만명가량 목숨을 잃었다. 많은 독일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독일이 과거를 진솔하게 반성해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지만, 일본이 여전히 과거와 정직하게 대면하는 독일로부터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아 유감스럽다. 단지 고이케 지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고통엔 눈감고,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무역보복으로 대응하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과거를 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일본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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