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총탄이 동봉된 협박편지가 배달됐다고 한다. 익명의 편지에는 “라이플(소총)을 몇 정 가지고 있다. 한국인을 노리고 있다. 한국인은 (일본에서) 나가라”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일 경제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도쿄 한국대사관에 협박편지가 온 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일본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에 대한 위협과 다를 게 없다. 일본 정부는 외교 사절의 안전 보장을 규정한 국제 협약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서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대한 위해나 협박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이틀 전엔 60대 일본 우익단체 간부가 대사관 벽에 설치된 우편함을 주먹으로 쳐서 찌그러뜨렸다가 체포됐다. 3월에도 20대 남성이 대사관 우편함을 파손한 일이 발생했다. 일본 당국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 외교관의 신변 보호와 외교공관의 안전 보장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외교 사절과 공관에 대한 안전 보장은 1961년 4월 채택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접수국에 부여된 의무다. 협약은 22조에서 “공관 지역은 불가침이다.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해서도 공관 지역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9조에선 “접수국은 외교관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설령 국제협약으로 보호받는 외교관 신분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신체나 생명이 부당하게 위협받는 일이 허용돼선 안 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잇따른 대사관 협박 사건 배경에는 일본 내 ‘혐한 열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 심화와 맞물려 일본에서는 ‘혐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출판계에서는 혐한 책이 판매 보증 수표라는 말이 돌 정도라고 한다. 일본에 이런 기류가 형성되는 건 퇴행적인 현상으로, 몹시 우려스럽다. 그래도 이에 저항하는 일본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는 데서 희망을 본다. 며칠 전 <주간 포스트>라는 주간지는 ‘한국 따위 필요없다’는 특집 기사에서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방했는데, 몇몇 유명 작가들이 “혐오를 부추기는 출판사와 절연하겠다”며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 사회 이성의 회복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