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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평화 강조한 일왕 즉위식, ‘동북아 협력’ 계기 되길

등록 2019-10-22 18:14수정 2019-10-23 02:08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1시24분께 도쿄 왕궁의 정전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1시24분께 도쿄 왕궁의 정전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지난 5월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세계 180여 나라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새 일왕의 즉위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을 거행했다. 즉위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일왕 즉위식이 한-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협력 증진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일왕 즉위식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일본이 천황제를 앞세워 아시아를 침략한 역사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식에서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를 언명했다. 새 일왕의 이런 발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화헌법을 바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는 터라 특별히 눈길을 끈다. 나루히토 일왕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평화헌법을 지키고 전쟁의 참화를 기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세계 축하 사절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평화’와 ‘헌법’을 거론한 것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왕은 어디까지나 상징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아베 총리의 태도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 공식 발언에서 속마음을 표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뜻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시아 각국의 반발과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일왕의 발언에 담긴 평화 염원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는 일이다. 한-일 사이에는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악재가 쌓였다. 이낙연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은 24일로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최고위 지도자 간의 대화가 한-일 갈등이 풀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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