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집권 2년6개월을 맞아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은 물론, 남북관계와 ‘조국 사태’, 경제·민생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에 대한 진솔한 대통령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300명의 국민패널이 자유롭게 묻는 타운홀 방식 대화에선 생생한 국민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특히 실효성 없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는 점을 정부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국민을 대표한 패널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일자리 정책 등에 대한 불만과 궁금증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한 패널은 “이미 2009년부터 검찰개혁을 말했는데 취임 2년 반 지나 이제야 이슈가 됐다”며 “안 하신 건지 못 한 건지 속시원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지명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갈등과 분열을 야기해서 송구스럽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더 의미가 있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검찰 조직문화와 수사 관행 등 내부 개혁에 대해선 “윤석열 총장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에 대한 국민 불만도 뜨겁게 표출됐다. ‘민주주의를 지지했는데 피해를 보는 건 서민’이라는 불만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는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우리 정부는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며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국민 체감과 맞지 않는 인식을 보여준 점은 실망스럽다. 23일 0시에 끝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대답했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 이날 대화에선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와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국민패널들은 어린이 안전 문제, 중증장애인 지원, 다문화가정 차별, 일용직 고용 불안 등 각자 자신들이 일상 속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기존 대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었다. 탁상행정이 아니라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할 것임을 대통령과 정부 부처들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처럼 대통령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펴야 한다. 1년에 한번 정도의 ‘행사’가 아니라, 가급적 자주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앞으로 더 자주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과 만나고 소통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