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행사를 마친 뒤, 시민 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을 언급하면서 “무슨 사태가 있었다”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모교인 서울 성균관대 앞을 찾았다가 대학 시절을 회상하면서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휴교 되고 이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신군부의 5·17 쿠데타와 이로 인한 5·18 민주항쟁 및 유혈 진압을 ‘휴교의 원인이 된 무슨 사태’ 정도로 거론한 것이다. 현대사의 분수령인 시기를 이렇게 기억에서 지워버린 듯한 제1야당 대표의 심각한 역사인식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황 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극우 공안검사의 시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준다. 5·18은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로 규정하면서 ‘광주 사태’로 불렸지만, 이후 진상규명 작업을 거쳐 이젠 5·18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자리매김했다. ‘80년 5월 광주’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80년 광주에서 시작해 87년 6월 항쟁으로 꽃을 피우고 자라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교안 대표가 5·18의 역사적 의의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무슨 사태” 운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80년 신군부가 규정했던 ‘광주 사태’란 인식에 멈춰 있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5·18 정신을 왜곡하고 폄훼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대표 취임 이후 처음 광주를 찾았을 때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광주 시민도 새로운 미래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해, 광주의 분노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이 ‘5·18 망언 3인방’ 징계를 유야무야한 것도 마찬가지다. “광주 폭동” “유공자 괴물” 운운한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번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황교안 대표는 10일 “80년에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그때를 생각한 것이지, 광주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른바 ‘사태’라고 할 만한 게 ‘5·18’ 말고 뭐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빠져나가려 둘러대는 말로 들릴 뿐이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 드는 건 정치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황 대표는 5·18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