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서울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정부가 4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4조2천억원,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11조6천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확진자가 5천명을 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는 등 충격이 사스와 메르스 때보다 훨씬 큰 ‘비상경제시국’에서 최소한의 조처다. 국회는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추경 처리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또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교훈 삼아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추경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돕고, 위축된 소비·고용을 살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악화하는 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역체계 보강도 포함됐다. 정부는 추경안을 5일 국회에 제출해서, 17일로 끝나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코로나19 같은 일시적 충격에 대한 대책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속도감’이 성패를 가른다. 미국도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할 정도로 각국이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는 지난달 말 이번 사태에 대한 초당적 대응과 추경 필요성에 합의했다. 여야가 만에 하나 이를 망각하고 정쟁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면, 국민의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경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국민이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실효성’이다. 정부가 앞서 소상공인 중심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한 예로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지원은 신청과 상담이 쏟아지는데도 대기와 심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하소연이다. 또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자영업자 임대료 인하 유인도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극복 없이는 2020년 경제도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모두가 어렵지만 가장 혹독한 상황을 맞은 사람들은 경제적 약자들이다. 프리랜서들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끊어지면 생계를 위협받는다. 경제적 약자들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전에 구조의 손길을 뻗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추경에는 저소득층용 소비쿠폰, 아동수당 대상자를 위한 특별돌봄쿠폰 지급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추가지원이 필요하지 않은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나아가 이재웅 쏘카 대표의 ‘재난 기본소득’, 민주당의 ‘긴급생활지원금’ 등 취약계층에 일정 금액을 국가가 지급하는 제안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추경의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본예산에 비해 1.4%포인트가 올라 41.2%가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대책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