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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재인 정부’ 힘 실은 민심, 야당을 심판했다

등록 2020-04-16 01:20수정 2020-04-16 08:40

민주 180석 달한 압승…국정운영 탄력
코로나 대응 ‘호평’…경제난 극복 과제
변화 없는 통합당엔 엄중한 국민 경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셋째)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셋째)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민심은 매서웠다. 15일 치른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 의석을 포함해 국회 과반(151석)을 뛰어넘어 법안 패스트트랙 처리를 할 수 있는 수준(180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 의석을 더해도 20대 총선 의석(122석)에 훨씬 못 미치는 103석 정도를 얻어 참패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전체 의석(300석)의 3/5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국회선진화법에 관계없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울 수 있게 됐다. 이는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긍정 평가하고 있으며, 후반기에도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사건건 정부 정책을 비판했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엔 매서운 심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혁신과 대안 제시’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구태를 답습한 결과로밖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우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뛰어넘을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한 건 의미가 크다. 국민은 민생 분야뿐 아니라 각 분야의 개혁 입법이 야당의 발목잡기와 여야 싸움 탓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을 매섭게 질타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선 좀 더 힘 있게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이번 선거에 담긴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 특히 검찰 개혁을 가속화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란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미래통합당은 선거 기간 내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핵심 이슈로 제기하며 ‘민주당이 승리하면 조국이 되살아날 것’이란 논리로 표를 호소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은 조국 사태를 오로지 정치 공세로만 활용하려는 야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을 조국 사건이 남긴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안을 전면에 내걸었던 범여권의 열린민주당이 예상보다 적은 정당 득표를 기록한 건 그런 방증이 아닐까 싶다.

현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했다는 국민의 평가가 민주당 선거 승리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려 애쓰면서 우리 사회의 역량을 총동원해 코로나 확산을 저지한 건 세계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런 국제사회 평가를 우리 국민도 인정했음이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걸 두고 미래통합당이 주장하듯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간 실정이 코로나에 덮였다’고 폄하할 수는 없다. 정부의 가장 큰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은 정부의 기본 의무에 충실한 문재인 정권을 평가하고, 이를 비난하는 데 골몰한 야당을 오히려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뒀지만, 결코 자만해선 안 된다. 의석수가 크게 늘긴 했지만, 그중 상당수는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제3당에 빼앗겼던 의석을 되찾아온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부산·경남에선 4년 전보다 의석수가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코로나 대응에선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여기서 안주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본격화하기 시작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완전히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보수 정치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쳤지만, 선거 결과는 기대했던 수준에 훨씬 못 미친 게 현실이다. 몸집만 불렸지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핵 이후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누누이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국민은 엄정하게 평가했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망언’이나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던 황교안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황 대표를 비롯해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모두 낙선한 건, 지금의 인물과 가치로는 안 되니 뿌리부터 확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다. 진정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지 않으면 보수 야당의 미래는 없다는 걸 이제라도 분명히 깨닫길 바란다.

이번 총선은 전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치러졌다. 빛나는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역과 투표는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방역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반면, 투표는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 탓에 줄줄이 선거나 투표일을 미룬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66.2%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러 방역 절차와 물리적 거리두기 등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참정권 행사에 나선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적극적인 주권의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우리는 세계에 또 하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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