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과 <채널에이(A)>에 대해 조건부로 재승인 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0일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과 <채널에이(A)>의 방송 사업을 조건부로 재승인했다. 방통위는 티브이조선의 경우 다음 심사에선 ‘조건부 승인’ 없이 올해 문제가 된 방송의 공정성 등 항목에서 연속으로 기준에 미달하면 바로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채널에이에 대해선 최근 불거진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재승인을 철회하는 조건을 달았다. 엄격한 재승인 조건을 제시한 듯 보이나, 실효성이 있으려면 챙겨야 할 것이 많은 결정이다.
채널에이는 기자의 취재원 협박과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채널에이는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방통위가 권고한 외부인사가 포함된 조사위원회 구성도 따르지 않고 있다. 수사 결과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방통위는 이번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 다만 수사 결과를 놓고 법적 공방이 길게 이어질 수 있어 자칫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7월이면 한상혁 위원장을 포함해 3명의 방통위원이 퇴임한다. 중요한 결정을 다음 방통위로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직전 심사에서 조건부로 재승인된 티브이조선은 다시 3년을 벌었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가 반복되면 바로 취소한다지만, 심사는 다음 정권의 일이다. 그동안 티브이조선은 재승인 조건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공적 책임 등 중점 심사 항목에서 연속으로 기준에 미달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면서 오보, 막말, 편파 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승인 검증을 우회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티브이조선이 이번에는 다르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종편 출범 뒤 세번째 재승인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는 종편의 폐해를 시정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높이라는 요구를 계속해왔다. ‘방송의 공적 책임을 방기하고 언론이기를 포기한 두 종편의 재승인을 취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주 만에 2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두 종편은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얼마 전 총선에서 막말과 대결을 일삼는 저질 정치를 심판했다. 질 낮은 방송에 대한 국민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방통위의 종편 심사는 그동안 ‘솜방망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도 스스로 내건 조건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 종편에 대한 비판이 방통위로 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