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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두환씨는 역사의 법정에 무릎 꿇고 참회해야

등록 2020-04-26 17:22수정 2020-04-27 02:39

27일 광주에서 열리는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앞. 전씨는 재판 출석을 거부하다 법원의 구인장 발부로 지난해 3월 법정에 나왔으나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
27일 광주에서 열리는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앞. 전씨는 재판 출석을 거부하다 법원의 구인장 발부로 지난해 3월 법정에 나왔으나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다시 출석할 예정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의 증언을 거짓으로 몰았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전씨는 지난해 3월 법원의 구인장 발부로 마지못해 한 차례 법정에 나왔을 뿐 시종일관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왔다. 지난해 출석 때는 ‘5·18 당시 발포명령을 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는 무례한 한마디만 내뱉어 공분을 샀다. 건강을 핑계로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서도 버젓이 골프를 즐기는가 하면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호화 만찬까지 여는 등 전씨의 철면피 행태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이번 재판 자체도 전씨의 적반하장에서 비롯됐다. 역사적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되레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확보한 5·18 당시의 작전계획 자료를 보면, 계엄군의 광주 재진입 작전에 500MD 무장 헬기 5대를 편성했고 이는 정찰·지휘 용도의 헬기와 구분해 운영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작전일지에도 5월27일 새벽 3공수여단이 무장 헬기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광주 전일빌딩에는 헬기 사격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재판을 통해 당시의 실상을 정확히 규명하고 전씨의 책임을 엄중히 심판해야 할 것이다.

더더욱 분노를 금할 수 없는 건 5·18의 역사적 진실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전씨의 태도다. 이번 재판의 단초가 된 회고록에서 전씨는 헬기 사격뿐 아니라 계엄군의 살상 행위 자체를 부정하고 북한군 개입까지 주장했다. 가짜뉴스에 기대어 역사를 왜곡하고 책임을 모면하려는 말장난에 말문이 막힌다. 1997년 대법원에서 반란 수괴, 내란 목적 살인 등 유죄가 확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실은 아예 기억에서 지워낸 듯하다.

곧 5·18 민주화운동 40돌이 된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가 40년이 다 되도록 가해자와 그 추종자들의 뻔뻔한 부정과 왜곡에 농락당하는 현실에 가슴이 저민다. 이미 역사적·사법적 판단이 끝난 5·18의 진실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더욱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 전씨는 망상 속을 그만 헤매고 진정한 참회와 사죄를 역사와 국민 앞에 바쳐야 한다.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함으로써 함께 말살된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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