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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종차별’ 민낯 보인 미국 흑인 사망사건, 한인 피해 없도록

등록 2020-05-31 20:29수정 2020-06-01 14:57

지난 2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불타는 건물 앞에서 흑인 남성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자가 미국 국기를 거꾸로 들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지난 2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불타는 건물 앞에서 흑인 남성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자가 미국 국기를 거꾸로 들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미국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것을 항의하는 시위가 30일(현지시각) 닷새째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흑인 남성이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뿐만 아니라 최소 20개 주, 30여개 도시에서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 경제 위기에 고질적인 인종 문제까지 겹쳐 미국이 ‘3중고’로 휘청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제때 수습되지 않으면 미국 안팎으로 악영향이 만만찮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교민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미국 내 항의 시위는 여러 곳에서 방화,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등 20개 도시에는 야간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미네소타주 등 8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는 주방위군이 출동하거나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인종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더욱 악화됐다. 인종차별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초강경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시위대를 ‘폭도와 약탈자’라고 이르고 연방군 투입까지 거론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종 문제가 미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금은 선동적인 트위트를 할 때가 아니다. 당장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로 인한 국내 정치에서의 수세를 만회하기 위해 패권 경쟁을 해온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완강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우려된다. 지난해 홍콩 시위에 이어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을 놓고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해온 중국의 관영언론은 이번 사태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풍자했다. 인종 문제의 민감성 등을 고려하면 국제사회도 사태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부 항의 시위가 방화, 약탈로 번지면서 한인 사회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미니애폴리스 한인 점포 5곳이 재산 피해를 봤다.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만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한인타운이 있는 곳에서 추가 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는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외교부와 현지 공관은 미국 당국과 협조해 피해 예방과 한인 신변 안전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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