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1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날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통합당이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며 “정책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방직공장 노동자 출신 변호사로 화제를 모은 김미애 비대위원(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통합당이 약자들과 함께 가는 일을 시대적 사명으로 삼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가 ‘약자와의 동행’을 혁신 슬로건으로 내걸고 첫발을 뗀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초심을 잃지 않고 당의 환골탈태로 나아가길 바란다.
김종인 비대위는 4·15 총선 참패 뒤 통합당이 한달여 논란 끝에 선택한 카드이다. 통합당은 지난달 22일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로 확정함으로써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의도 차르’라는 별칭을 지닌 김 위원장의 강한 추진력을 빌려서라도 당을 전면 쇄신하지 못하면 통합당에 더이상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의 소산이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며 강력한 혁신 의지를 거듭 표명해왔다. 지난달 27일 당 조직위원장 회의에선 “지금껏 말해온 ‘보수’ ‘자유 우파’라는 말을 더는 강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깜짝 놀랄 만하게 정책 개발 기능을 되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유 우파’ 대 ‘좌파 독재’라는 낡고 터무니없는 이념 구분 위에서 민생 정책 대결 대신 시대를 거스른 장외투쟁과 물리력까지 동원한 입법 발목잡기에 몰두했던 구태와의 결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권이 아니라 야당의 행태를 심판한 4·15 총선 민의에 비춰볼 때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벌써부터 “좌파 2중대 흉내내기”라거나 “보수의 가치를 근본부터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나온다. 앞으로 당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일 것이다.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가되, 혁신의 발걸음은 단호하고 과감하게 내디뎌야 할 것이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건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그러나 통합당이 그동안 보여온 구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국민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단호한 실행으로 통합당의 전면 쇄신에 성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