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17일 집값 안정 대책을 또 내놨다. 지난해 ‘12·16 종합대책’ 이후 다소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들썩거리자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정부 대책을 보면,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을 경기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대전과 청주도 포함시켰다. 이들 지역에서는 투자 목적의 재건축 분양권 거래와 갭투자(전세 끼고 집 사기), 사업자·법인을 통한 주택 매매의 문턱을 크게 높였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 대책이 예상보다 고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는데, 전방위로 퍼지는 풍선 효과에 따른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과연 이번엔 얼마나 효과가 이어질지 불안감이 앞선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이번이 21번째다. 올해 들어서만 3번째다. 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는 다소 진정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 집값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규제가 발표되면 주춤하다 다시 오르고,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뛰는 양상이 반복되어왔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 과열은 ‘강남 4구’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전역으로, 올해 들어서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등 경기 지역으로 확산됐다. 정부가 이른바 ‘핀셋 규제’라며 집값 급등지 억누르기에 급급하다 급기야 수도권 전체를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결국 정부 대책이 풍선 효과만 키워놓은 셈인데, 그때그때 ‘두더지 잡기’ 식 처방으로 대처한 결과다. 정부가 수십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의 아파트값(중위가격)은 3년 만에 50%가량 올랐다. 지금도 평당 4천만원에 육박하는 아파트 분양에 수만명이 몰려든다. 집 없는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어떨지 가늠하기 힘들다.
대출규제 중심의 ‘긴급 처방’만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다. 초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에 몰리는 상황이다. 대출 한푼 없이도 아파트 수십채를 살 수 있는 ‘현금 부자’들이 즐비하다. 이들한테 대출 규제는 무용지물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오를 때마다 사후적인 ‘충격 요법’으로 대응해서는 주택 시장의 비정상적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보유세 강화와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을 망라한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