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지역.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청와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서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공식화했다. 주택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여겨지나, 그린벨트 해제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녹지는 한번 훼손하면 돌이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자산이다. 게다가 그린벨트 개발이 주택시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줄지도 불투명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한국방송> 라디오에 나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정부가 이미 당정(회의)을 통해서 의견을 정리했다”며 “거기에 관련된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비공개 당정 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여기에 반발해온 터였다. 김 실장의 발언은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태스크포스 실무기획단’ 첫 회의(15일) 때 단장인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그린벨트 활용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청와대 차원에서 공식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그린벨트 150.25㎢ 가운데 국토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 3등급 이하는 29㎢로 20% 수준이다. 이 중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는 강남구 수서역과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강동구 고덕동 일대가 꼽힌다. 이들 지역에서 신규 공급할 수 있는 주택 규모는 1만~2만호로 추정된다. 이 정도 물량으로는 공급을 늘리는 신호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방안은 부동산시장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녹지 개발로 인근 부동산값이 오르고,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비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과밀화를 부추기고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어긋난다.
전국의 그린벨트는 1999년 이후 20년에 걸쳐 30%가량 줄었다. 더욱이 그린벨트 개발에 따른 이익은 관련 업체와 입주자에게 주로 돌아갔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에 앞서 태릉·성남의 군 골프장 활용, 태릉선수촌 부지 개발, 육군사관학교와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이전 등 택지 확보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다. 또 이들 지역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민간건설사들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개발 이익의 사유화를 차단하는 장치 없이 진행되는 주택 공급은 투기만 부추길 뿐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