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무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제가 7월 말부터 도입된 가운데, ‘전세 소멸론’과 ‘월세 정상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 논란이 거세다. 근거가 희박한 ‘전세 소멸론’이나 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월세 정상론’을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여야 모두 자제해야 한다. 그 대신 월세 전환, 전셋값 인상 등 제도 시행 초기 있을 수 있는 일시적 혼란을 줄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임대차 3법으로 누구나 월세로 사는 세상이 오면 그게 민주당이 바라는 서민 주거 안정인지 묻고 싶다”고 ‘전세 소멸론’에 불을 지폈다. 이에 앞서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더는 전세는 없고 월세로 돌려 임차인 고통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매우 정상”이라며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세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다. 그동안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지만, 2012년부터 월세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수도권의 전월세 비중은 지난해 기준 38.1%인데, 이 중에서 월세가 60% 정도를 차지한다.
일부 집주인은 임대차 제도 변화와 보유세 부담, 저금리 등을 이유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추가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세가 곧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이다. 월세로 전환하려면, 많게는 수억원의 전세금을 일시에 돌려줘야 한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쉽지 않은 일을 마치 기정사실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 선동’이다.
‘월세 정상론’도 어려운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윤 의원은 “전세가 소멸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여당 안에서도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세입자로서는 임대료 부담 증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임대차법에 규정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산정률’(현재 4%)을 저금리 시대에 맞게 세입자가 불리하지 않도록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