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임을 결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조원 민정수석 등 5명의 수석 교체로) 청와대 인사는 일단락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해, 노영민 실장 사표가 반려됐음을 공식화했다. 노영민 실장 유임은 ‘시한부’란 관측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현시점에서 교체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 탄핵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는 조사까지 나오는 마당에 부동산 파동에 큰 책임이 있는 노 실장을 유임한 것은 국민 기대와 어긋난 안이한 판단이라고 본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33.4%, 미래통합당 36.5%였다.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통합당이 민주당을 따라잡은 건 2016년 10월 탄핵 국면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가장 큰 요인이 부동산 파동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집값 급등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핵심 인사들이 보여준 무책임한 행태가 국민 여론에 불을 지르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깊게 만들었다.
최근 경질된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그렇지만 특히 노영민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상황 악화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에게 ‘6개월 내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공개 지시했지만, 이 약속을 노 실장 자신부터 지키질 않았다. 급기야 논란이 커진 지난 7월에야 2주택 중 하나를 팔겠다고 했지만 처음엔 강남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 ‘똘똘한 영민’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런 비서실장을 유임하면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한들 어느 국민이 정부 정책를 믿고 따르겠는가.
물론, 청와대가 여러 비서실장 후보자를 검증했지만 아직 적합한 인사를 찾지 못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인사란 시기가 중요하고 그 자체가 국민에게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 있는 노 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놔두고 다른 수석비서관을 아무리 바꾼들 돌아선 민심을 다시 돌리긴 어렵다.
국민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국민 기대를 충족하려 노력해야 한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건 아니나, 총선 압승 이후 불과 몇개월 만에 광범위한 민심 이탈이 일어난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