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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영장까지 고치려 든 이재용의 ‘전관’ 변호사들

등록 2020-09-16 04:59수정 2020-09-16 08:52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내걸린 검찰기 뒤로 삼성 사옥이 보인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내걸린 검찰기 뒤로 삼성 사옥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이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구속영장의 내용 일부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검찰 내부 증언이 나왔다. 지난 6월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가 수사팀 검사에게 연락해 ‘삼성생명 관련 부분은 예민하니 빼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삼성의 위세와 ‘전관’ 변호사들의 농단이 사법 정의를 위협하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화를 건 변호사는 범죄사실 삭제 요구가 ‘최재경 변호사의 요청’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법률고문역인 최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내는 등 검찰 내에서 인정받는 대표적 ‘특수통’ 출신이다. 그 이름 석자를 들이밀면 어떤 요구도 관철할 수 있다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이런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건 검찰 내에 만연한 전관특혜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대형 사건을 도맡는 특수통 검사들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퇴직 뒤 전관특혜로 막대한 수임료를 벌어들이는 폐단은 여러차례 도마에 올랐지만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 부회장 사건에서조차 노골적인 전관 행세를 한 걸 보면 감시의 눈길이 덜한 사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짐작할 만하다.

정정당당히 수사와 재판에 임하지 않고 편법에 기대 위기를 모면하려는 이 부회장 쪽의 태도도 개탄스럽다. 영장에서 삭제를 요구한 ‘삼성생명 관련 부분’의 핵심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워런 버핏을 만나 ‘삼성생명 지분 매각’과 ‘이면약정을 통한 삼성전자 주식 처분’ 등을 논의하고도 이를 투자자에게 은폐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만큼 법적 책임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영장에서 빼려고 안간힘을 쓴 것 자체가 위법성을 자인하는 셈이다.

삼성 변호인들의 ‘영장 첨삭’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심각성이 덜해지지 않는다. 재벌의 금권과 ‘전관예우’라는 병폐가 결합해 사법적 특권을 만들어내는 전형적 방식이 탄로 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묵과한다면 형사사법 체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세울 수 없다.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다니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나아가 강력한 전관특혜 방지법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당장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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