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의 회의실에서 3일(현지시각)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한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트위터로 자신과 부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군병원에 입원했다. 미 대선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74살 고령인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장담할 수 없어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또 미국 증시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8일 한국 방문 계획이 취소되는 등 경제·외교적 파장도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은 자초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의로 축소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미국민을 ‘코로나 재앙’에 빠뜨렸다. 그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 탓에 미국 내 확진자가 740만명, 사망자는 2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번에는 아예 자신이 정책 실패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그는 방역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마스크도 쓰지 않고 대규모 대면 행사를 잇따라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 행사가 ‘코로나19 슈퍼전파 행사’로 지목되고 있는데, 당시 150여명의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최측근인 호프 힉스 보좌관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알고도 실내에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강행했고 그날 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주변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비롯해 백악관과 의회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첫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을 비웃었고, 확진 발표 몇시간 전까지 “전염병 대유행이 끝나간다”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으로 미국 대선은 말 그대로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뒤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많이 나아졌다” “곧 복귀할 것”이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하기 전 백악관에서 호흡곤란을 겪어 산소호흡기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고령에 비만인 그의 증세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활력 징후가 매우 우려스러웠고 치료 측면에서 향후 48시간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트럼프가 조기 회복할 경우 자신을 ‘강한 지도자’로 부각시키면서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대선 직전 벌어진 미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한-미 관계, 한반도 정세, 미-중 갈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