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1일 서울 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일부 인기 지역 아파트 단지에선 전세 품귀로 ‘부르는 게 값’인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전세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대단지 아파트는 단기간에 전셋값이 수억원씩 뛴 곳도 있다. 비록 호가이지만 보증금이 매맷값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신규 세입자들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임대차 3법’ 시행 두달이 훌쩍 지났지만 전셋값 안정은커녕 오름세가 여전하니, 정부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임대차 3법만 통과되면 전셋값도 저절로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전셋 가격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며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같은 전셋값 오름세가 계속되면 무주택 세입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월세 시장은 복합적 요인으로 수급 불균형이 악화됐다. 우선 지난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었다. 상당수 세입자들이 기존 계약을 갱신하면서 매물이 줄고,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 때 한꺼번에 보증금을 올리는 상황 등이 맞물려 있다. 정부의 잇단 집값 안정 대책의 영향으로 집주인의 실거주 수요와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전세 대기 수요도 동시에 늘었다. 모두 전세 물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 총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세 물량 감소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들 중 상당수가 계약갱신권을 적극 활용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결혼이나 이직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셋집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이들이다. 정부는 전셋값 급등에 따른 신규 세입자의 고통을 정책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안이하게 봐선 안 된다.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든 분양이든 주택 공급 총량이 확대되어야 한다. ‘8·4 대책’에서 발표한 서울·수도권 공급 물량의 조기 분양 등 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중산층용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꼼수 실거주’ 등 세입자 보호의 빈틈도 보완해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아버리면 세입자에겐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 어렵사리 도입한 계약갱신권을 무력화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