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한 재활용 분리 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종류별로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 대다수는 60대~70대이며, 대부분 이주노동자다. 고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 가운데 하나로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크게 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올해 1~8월의 배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택배상자를 비롯한 종이가 28.2%, 스티로폼 등 발포수지가 16.8%, 플라스틱이 14.6%, 비닐이 11.0% 늘었다고 한다. 환경부가 지난달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발표해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문제는 시간이다. 제도를 바꾸고,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에도 재활용 쓰레기는 어딘가에 산더미처럼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생활 영역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당장 급한 이유다.
물론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했다고 해서 자원순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분리 배출 이후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사례는 수거할 일손이 부족해서 일어난 게 아니다. 수거 이후 단계에서도 시장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는데, 쓰레기의 재활용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떨어지면 수거업체들이 수거를 꺼리게 된다. 저유가 시대라 가뜩이나 재활용 쓰레기의 수요가 준데다, 일부 업체가 외국에 악성 쓰레기를 수출한 것이 문제가 된 뒤로 수출길도 막혔다. 국민이 애써 쓰레기를 분리해서 배출해도 자원순환율이 낮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원순환 전체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분리 배출만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착각을 심어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연히 생활 영역에서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한겨레>가 26일 보도한 쓰레기 선별장 르포는 여기에 쓰레기 배출 이후의 ‘노동 인권’이라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령자와 이주노동자로만 구성된 선별장의 노동자들은 혹독한 노동과 저임금뿐 아니라 악취와 예리한 폐기물 등에 의한 부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위험한 물질을 한데 섞거나, 음식물이 남은 채로 쓰레기를 내놓는 경우가 없지 않다. 쓰레기를 철저히 분리하고 청결한 상태로 배출하면 선별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면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노동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