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낙태 처벌 말라” 인권위 권고, 국회 귀기울여야

등록 2020-11-30 19:35수정 2020-12-01 02:44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부의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 대해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30일 임시 전원협의회를 열어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 표명의 건’을 전체 위원 11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정부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하나, 형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여성이 임신중단을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체입법 마련 시한이 불과 한달 남은 시점에서 인권위가 입법 논의의 가이드라인이 될 공식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환영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과 중절수술을 하는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정부는 낙태죄 형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 권리를 14주까지만 보장하고 24주까지는 성폭행이나 유전적 질환 같은 기존의 처벌 예외조항에 ‘사회·경제적 이유’만 새로 추가했다. 사실상 낙태죄를 존치한 것이다.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변화하는 시대상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외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최영애 위원장도 “낙태에 대한 규율은 나라마다 달라도 지금 국제사회의 흐름은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개정안은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낙태죄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안,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 등 경쟁 법안들도 발의돼 있어 함께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자칫 국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근본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인권위가 낸 공식 의견이 입법 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

국회는 인권위의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입법 심사를 서두르기 바란다. 여성계에서는 잘못된 타협안을 통과시키기보다 차라리 연말 시한을 넘겨 낙태죄의 ‘비범죄화’를 못박은 뒤에 후속 법안 논의를 시작하자는 ‘현실론’도 제기한다. 하지만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국회의 시간’이 신속히 진행되길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1.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2.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K-컬처’ 미래를 포기하나 [왜냐면] 3.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K-컬처’ 미래를 포기하나 [왜냐면]

머리를 두고 온 사람 [크리틱] 4.

머리를 두고 온 사람 [크리틱]

[사설] 국정원 ‘민간인 사찰’ 면죄부, 공안통치 시대로 회귀했나 5.

[사설] 국정원 ‘민간인 사찰’ 면죄부, 공안통치 시대로 회귀했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