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에 옷가지 등 소지품을 담아 온 시민(오른쪽)이 10일 오후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함께 서울 은평구 역촌동 서울시립서북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립서북병원에 병상 28개를 추가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0일(0시 기준)에도 신규 확진자가 682명이 나왔다. 위중증 환자도 23명 늘어 172명으로 집계됐다. 병상 부족 사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환자 병상 여유분도 바닥을 드러냈다. 서울 3개, 경기도 2개, 인천 1개밖에 남지 않았다. 신속하게 병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의료 체계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머지않아 방역과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확진자가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사정이 특히 심각하다. 경기도는 이번주 들어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자택 대기자가 300명대를 오가고 있다. 확진자가 하루 넘게 대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지만, 가족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생활치료센터를 추가로 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방침대로 젊은층 밀집지역에서 선별검사를 크게 늘리면 확진자 증가세도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늘어나는 환자 수를 치료 여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혼란만 가중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병상 확보 속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시와 중대본은 중증환자 병상을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아직도 ‘논의 중’이라니 답답하다. 1차 유행 이후 ‘1만 병상 확보’를 다짐해놓고 그동안 뭘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병원의 가용 자원은 이미 바닥이 났다. 우리나라 병상의 90%는 민간 병원이 갖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뒤로도 민간 병원이 전면에 나선 경우는 대구 동산병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른바 ‘빅 5’라고 하는 초대형병원을 비롯한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긴급 병상 동원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예방법 49조는 정부와 지자체가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인력과 의료기관 병상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은 비상사태다. 각종 공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온 대형병원들이 사회적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기존 환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만, 당분간 비응급수술을 줄여 병상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와 병원들이 힘을 합해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