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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사 직전 휴대폰 폐기 ‘룸살롱 검사들’, 낯 뜨겁다

등록 2021-01-20 18:17수정 2021-01-21 02:42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의 검찰 로고.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의 검찰 로고. 연합뉴스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룸살롱 향응을 받은 전·현직 검사 4명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일제히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2명은 향응 폭로가 나온 다음날, 나머지 2명은 일주일쯤 지나 새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이틀 뒤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부부싸움을 하다 분실했다’ ‘깨진 휴대전화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박람회장에서 잃어버렸다’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있으나,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감추기 위한 행위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검사도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되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사명을 띤 지위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위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수사 경험을 통해 증거인멸의 방법과 그 반사회적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사들이기에 시민들은 배신감마저 느낀다.

휴대전화 폐기가 드러나면서 검사 향응 사건을 바라보는 의혹의 시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직 검사 3명 중 한명만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나머지 2명은 접대 금액이 96만2천원으로 100만원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상한 계산법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 처분의 적절성 여부에 더해, 향응의 직무 관련성을 따져 뇌물죄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룸살롱 접대에 휴대전화 폐기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악습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늑장 수사에 나선 검찰은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해도 더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기는커녕 봐주기 결론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자정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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