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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벤처 1세대’ 김범수, “재벌과 다르다”는 약속 지켜야

등록 2021-01-26 18:22수정 2021-01-27 02:41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최근 가족과 친인척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두 자녀가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베일에 싸인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됐다. 김 의장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기존 재벌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김 의장과 자녀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의장은 자신의 약속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투명하게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한겨레>는 26일 김 의장의 개인 기업으로 카카오의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를 둘러싼 의문점을 보도했다. 영업손실과 판매관리비(인건비 포함)가 각각 매출(4억원)의 6배에 이른다. 전체 임원 5명 중 3명이 김 의장의 일가인데, 이들의 총급여가 매출의 3.5배에 이른다. 회사 설립 목적과 공시의무 이행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김 의장이 부인과 20대인 두 자녀, 친인척에게 카카오 주식 33만주(1450억원대)를 증여하고, 지난해 5월부터 두 자녀가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 중인 사실을 보도했다.

카카오는 자산이 지난해 기준 14조원이고 계열사가 97곳으로, 재계 23위다.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의 대표 주자인 김 의장은 평소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주식 증여와 두 자녀의 지주회사 근무가 김 의장의 약속과 배치된다고 단정짓는 건 아직 성급하다. 하지만 김 의장과 카카오가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다 보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 가능성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빌미를 줬다.

재계 1위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횡령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을 계기로 불법·편법으로 얼룩진 경영권 승계 관행의 개선 등 재벌체제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도 대국민사과를 통해 ‘4세 승계 포기’를 약속했다. 재계 45위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도 지난해 말 65살 정년퇴임 약속을 이행하고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밝히는 등 자발적인 쇄신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며 모범을 보인다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가 뒤늦게 “회사를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김 의장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김 의장이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다면 각종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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