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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베트남전 학살’ 자료 공개, 진실 밝히는 계기 되길

등록 2021-03-26 05:00

2018년 4월22일 오후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8년 4월22일 오후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 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법원이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한 국가정보원의 문서 목록을 공개하도록 판결했다고 <한겨레>가 26일 보도했다. 국정원은 대법 선고 뒤 2주가량 지나서야 “정보공개를 위한 제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완료되는 대로 판결 취지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여태 이런저런 핑계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며 소송전을 벌여왔다. ‘판결 취지’는 ‘지체 없는 공개’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대법 판결의 공개 대상은 1969년 11월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내린 지시에 따라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의 퐁니·퐁넛에서 작전을 펼친 부대 간부들을 조사한 문서의 목록이다. 이 문서의 존재 사실은 당시 조사를 받은 부대 간부들이 2000년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처음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문서 내용은커녕 목록에 대해서조차 공개를 거부한 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베트남에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실을 뒷받침하는 공식 문서가 다수 존재하고, 2000년 기밀해제된 미군 보고서에도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이 두 마을에서만 여성과 노인, 아이 등 74명이 학살을 당했다고 현지 위령비에 기록돼 있다. 1968년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문서의 목록은, 그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우리 정부의 조사 내용을 드러내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첫번째 열쇠인 셈이다.

국정원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며 내세운 이유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와 ‘조사 대상자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서 의미가 있어 공개할 가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투자와 교역뿐 아니라 결혼이주 등을 통한 인적 교류 측면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정확히 공유할 때 양국 관계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이 공개 절차를 진행 중인 문서 목록은 실제로 어떤 조사가 이뤄졌는지를 추론할 수 있는 단서다.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와 소송을 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베트남 티에프’는 목록을 근거로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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