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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밥그릇 지키려고 ‘변호사 연수’ 훼방 놓는 변협

등록 2021-04-23 18:41수정 2021-04-24 02:33

변호사 시험장 모습. 연합뉴스
변호사 시험장 모습. 연합뉴스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수 축소를 주장해온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23일 변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 규모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변시 합격자들은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 연수를 거쳐야 변호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연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던 변협이 갑작스레 연수 인원을 줄이려는 것은 변시 합격자 수 축소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기나 방식 모두 부적절하다.

지난 21일 발표된 올해 변시 합격자는 1706명으로 지난해보다 62명 감소했다. 변협은 이보다 500명가량 적은 12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변협은 이날 합격자 연수 인원을 종전의 700명대에서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변협이 주장하는 합격자 수 축소 폭과 비슷하다.

변시 합격자들은 법원, 검찰, 변호사 사무실, 정부 기관, 국제기구 등 법률 사무를 다루는 기관에서 6개월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이들 기관의 수용 여력이 충분치 않아 변협이 연수기관으로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 변협이 연수 인원을 일시에 축소하면 당장 합격자들이 변호사로 자리잡는 데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변협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회적 혼란과 개인들의 불이익을 야기하는 것은 ‘직역 이기주의’에 따른 실력행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변시 합격자 수를 둘러싼 논쟁은 공익적 성격이 큰 사안이다. 로스쿨과 변시 제도가 도입된 데는 협소한 법조인 배출 제도로 시민들이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누릴 수 없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작용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오히려 ‘제도 취지에 맞게 변시 합격률을 현재 50%대에서 87%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협이 변호사 수 확대에 반대하려면 실증적 자료에 기반한 공론화로 시민들을 설득하는 게 정도다.

변협은 대법관, 공수처장, 검찰총장 선임에 관여하는 등 사실상 법조 직역의 공적 기관으로 대우받는다. 여느 이익단체와는 위상이 다르다. 변협은 특권 유지를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로 비치는 변시 합격자 수 축소 주장을 재고하고, 합격자 연수 축소 같은 ‘떼쓰기’ 식 대응도 거둬들여야 한다. 변협이 실제로 연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특단의 사정이 있다면 회원 변호사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거나 정부와 협의해 연수기관 확대와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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