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바닷물타기’ 신공 / 정남구

어떤 사람이 ‘토끼고기 햄버거’를 팔고 있었다. 순 토끼고기냐고 물었더니, 말고기를 ‘조금 섞었다’고 했다. 어떻게 섞었냐고 물으니 일대일 비율이라고 대답했다. 이를테면 1㎏씩 섞은 것이냐고 더 캐묻자, “그건 아니고 한마리씩 섞었다”고 털어놓았다. 이건 토끼고기 햄버거인가, 말고기 햄버거인가? 정부가 식료품에 성분표시 기준을 정해두는 것은 이런 식의 ‘물타기’를 금지하거나, 적어도 실태를 드러내게 하려는 것이다.

오염물질 배출에도 허용기준치가 있다. 1991년 3월 낙동강을 심각하게 오염시킨 페놀의 경우, 리터(ℓ)당 배출 허용기준치가 0.1㎎이다. 페놀 1g은 1만ℓ 이상의 물로 희석하면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희석용 담수를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려워, 강이나 호수에 마구 방출하기엔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속이 시커먼 자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디데이로 삼아, 슬쩍 나쁜 짓을 한다.

오염물질의 해양 방류에도 기준치가 있는데, 실제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닷물은 흔해 빠진 것이라, 펌프를 돌려 바닷물을 퍼다 희석해 바다로 도로 내보내는 데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 물의 97%가 바닷물이다. 1억톤(t)짜리 탱크 136억개를 채울 만한 양이다. 그러므로 기준치의 40분의 1이 아니라, 4만분의 1로 맞추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음료수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사성 물질 해양 방출량으로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만이 아니라 핵발전 자체가 정당화되기 어렵다. 중수를 쓰는 월성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많이 새나온다. 미국, 중국의 핵발전소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선 2015년 한해 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체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15배에 이르는 양을 바다에 방류했다. ‘바닷물타기’ 신공에 우리가 속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는 원전 사고 탓에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퍼담은 오염수를 바다에 도로 버린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일본 정부는 고체화, 대기 중 방출, 지하 매설 등 여러 방법 가운데 바닷물타기를 선택했다. 가장 돈이 덜 든다고.

정남구 논설위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