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열린 ‘핵심 당직자 간담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얘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발표된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 30대 원외 인사인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이 1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0선’인 이 후보가 나경원(4선) 후보와 주호영(5선) 후보 등 주요 당직을 거친 거물급 중진들을 큰 격차로 제치고 거머쥔 ‘예선 1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존재 여부를 두고 온갖 설과 추측이 나돌던 ‘이준석 돌풍’의 실체가 확인된 셈이다.
이준석 돌풍의 진원을 찾는다면 낡은 지역·계파 구도에 안주하면서, 다급할 때면 ‘태극기 부대’ 같은 극우세력과도 손잡고, 선거를 앞두고는 집권여당의 실정에 기대어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데 급급했던 제1야당의 ‘무능’과 ‘무사안일’이 지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0% 득표율을 넘긴 것은 ‘보수의 정상화’와 ‘대안 야당’의 출현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의 표현이라고 본다. 나아가 이 후보가 약점으로 꼽혀온 당원 조사에서도 나경원 후보에게 겨우 1%포인트 뒤진 31%를 기록한 것은 국민의힘 내부에도 변화와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예비경선의 흐름이 본선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단하긴 이르다. 예비경선은 당원 여론조사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섞는 방식이었지만, 본선은 책임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 비율로 합산해 최종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돌풍에 우려스러운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20~3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해 지지층 결집에 적극 활용했다. 이런 모습은 과거 보수세력의 좌파·호남에 대한 혐오 정치를 답습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랜 토론과 설득 끝에 사회적 합의로 자리잡은 ‘여성 할당제’가 남성 몫을 빼앗는 부당한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공격한 행태에선 ‘극우 선동정치’의 기운마저 읽힌다. 이 후보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준석 돌풍은 우리 정치권 전체에 ‘변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준석 현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내부에 국한된 흐름으로 의미를 축소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여야를 떠나 세대교체와 정당정치 개혁 등 자기 쇄신을 위한 치열한 토론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 민심을 얻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