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왼쪽)·우상호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개별적으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모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자청한 데 이어, 공식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의혹’ 단계에서 ‘전원 탈당’ 결정을 내린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조처다. 4·7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인 공직자 부동산 투기와 ‘내로남불’의 고리를 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 평가할 만하다.
민주당이 자진 탈당을 권유한 의원들은 ‘부동산 명의신탁’(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업무상 비밀 이용’(김한정·서영석·임종성), ‘농지법 위반’(김수흥·양이원영·오영훈·우상호·윤재갑)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동료 의원들의 억울한 항변이 눈에 선하지만, 선당후사의 입장에서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도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권당의 외피를 벗고 똑같이 조사를 받아 해명을 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발표 직후 김한정·우상호 의원 등이 결백과 억울함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의 해명에는 수긍할 만한 대목이 있다. 게다가 공식 소명 절차도 건너뛴 채 이뤄진 고강도 조처여서 당사자들의 반발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직면한 신뢰의 위기를 인식한다면, 해당 의원들의 대승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무소속 신분으로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게 집권 여당 의원에게 요구되는 자세다.
권익위로부터 조사 결과를 이첩받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봐주기 수사나 꼬리자르기 논란이 불거질 경우 특수본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제 공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해 공정성을 담보받겠다. 민주당도 떳떳하다면 권익위 ‘셀프 조사’가 아닌 감사원 조사에 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의 ‘전수조사 동참’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권익위 조사의 한계를 부각하며 ‘감사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를 감사원에 맡기자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감사원법 24조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감사원 조사를 주장했다면 무능이자 태만이요, 알고도 그랬다면 전수조사를 피해보려는 꼼수이거나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 스스로 “소속 의원 102명 전원의 전수조사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의 동참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냉소를 치유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