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32%’는 이중계산 탓
한 사람이 19개 위원회에 겹치기로 등재되기도
한 사람이 19개 위원회에 겹치기로 등재되기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소속 각종 위원회의 여성 위원 중복 참여가 심해 많은 경우 한 사람이 19개 위원회에 겹치기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정부내 각종 위원회의 여성 위원 비율이 32.4%인 6476명에 이른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겹치기에 따른 이중계산을 배제하면 22.1%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25일 손봉숙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중앙행정기관 산하 362개 위원회와 전국 광역자치단체 1069개 위원회에 소속된 여성 위원 가운데 1023명이 2개 이상 위원회에 중복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아무개(건축인)씨의 경우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환경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등 6개 중앙행정기관의 10개 위원회와 서울·경기·인천·충북·경북 등 5개 광역자치단체 9개 위원회 등 모두 19개 위원회에 중복 등재돼 있었다. 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의 일부 간부와 상당수 지방대 여교수들도 10개 이상의 중앙 및 시·도 각종 위원회에 중복 등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손 의원 쪽은 이중 계산을 배제할 경우 전체 여성 위원 수는 4416명으로, 여성 참여 비율이 정부가 발표한 32.4%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22.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특정 개인이 10개 이상 위원회에 겹치기 참여한다는 것은 곧바로 부실위원회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꼴”이라며 “일부 여성 위원들의 이름만 빌려 여기저기 형식적으로 등재한 것은 오히려 능력 있는 여성의 국정참여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해 여성 참여 폭을 확대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전국적으로 중복 등재된 인사들을 미처 걸러내지 못하고 위원회별로 등재된 여성 위원을 통계에 포함시킨 것 같다”고 해명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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