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91·전 구례군수)
일제말 비밀결사 독립운동
증명할 당시자료 최근 발견
생존자 이상문씨 “명예회복”
증명할 당시자료 최근 발견
생존자 이상문씨 “명예회복”
일제말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있었던 독립운동의 유일한 산 증인인 이상문(91·사진·전 구례군수)씨는 요즈음 설렘에 밤잠조차 제대로 못 이룬다. 1944년 12월 자바에서 결성됐던 비밀단체인 ‘고려독립청년당’의 실체를 증명해줄 유력한 자료가 새로 발굴됐기 때문이다.
고려독립청년당 창립을 주도했던 고 이억관(1917년생)이 46년 4월 연합군전쟁범죄조사위원회에 제출한 자술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문서보관소(NOID)에서 발견됐다. ‘이억관 자술서’는 최근 유병선씨의 논문 ‘일본 군정기 자바 조선인 군속의 항일비밀결사와 암바라와 사건’(고려대 석사학위)을 통해 처음 빛을 봤다.
이씨는 이국 땅에서 숨진 동지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76년부터 36년째 보훈처를 상대로 투쟁 아닌 투쟁을 벌여왔다. 독립운동 공적심사신청과 재심의 요청 등을 십여차례나 했으나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번 퇴짜를 당했다.
이씨는 이 자술서를 근거로 <경향신문> 논설위원인 유씨와 함께 11일 보훈처에 마지막으로 탄원서를 낼 계획이다. 이씨의 아들인 신형(60)씨는 7일 “그동안 정부의 태도에 질려서 아버지가 포기상태에 있었다”며 “새로운 자료를 보고는 무척 좋아하시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제 반분은 풀렸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고려독립청년당은 자바섬 등 인도네시아 전역에 일본군이 운영하던 포로수용소에서 42년부터 네덜란드 등 연합국 포로를 감시하던 조선청년 10명이 결성했다. 경기도 파주 출신 이억관의 주도로 ‘아시아의 강도, 제국주의 일본에 항거하는 폭탄아가 되라’는 고려독립청년당의 강령을 채택하고, 선언문에 혈서로 서명했다. 이상문은 스마랑 지부 책임자가 됐다. 이후 비밀당원은 모두 26명으로 늘었다. 45년 1월 혈맹당원들이 일본 군인·군속 12명을 사살하며 대치하다가 자살한 ‘암바라와 의거’로 비밀조직이 드러나 모두 붙잡혔다. 이씨는 45년 7월21일 군법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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