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행정·자치

‘김영란법 시행땐 내수 수조원 위축?’ 근거 빈약한 부풀리기

등록 2016-05-24 19:56수정 2016-07-28 16:34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시행령 오해와 진실

제정·공포된 지 14개월이나 지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두고 때아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내수 위축 우려를 거론한 뒤 이 법 시행령안이 공개되자 일부 신문과 업계가 ‘경제 죽이기 법’이라고 부풀리고 있는 탓이다. 일시적인 영향을 침소봉대하는 관련 업계와 여론을 무시하며 반대론을 펼치는 일부 언론 등이 김영란법 흔들기에 나서는 바람에 ‘부패 예방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법 제정 취지마저 묻히는 양상이다.

외식업계 4조원 타격?
3만원 이상 고객 모두를
‘접대’로 주먹구구 계산
선물 수요 감소폭 1%도 안될듯

언론인들 불만도 작용

■ 관련업계 피해 침소봉대 논란의 대상은 9일 발표된 김영란법 시행령안이다. 이 법이 예외조항으로 허용하는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의 상한선이 끼칠 경제 효과에 대한 것이다. 특히 1인당 3만원을 초과하는 가격대의 음식점, 5만원을 넘는 선물을 파는 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어 수조원대의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업계의 입을 빌려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비논리적이고 근거가 박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껏 자신들의 매출에서 식비 3만원 초과, 선물값 5만원 초과에 해당하는 부분이 모두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한테서 나왔다는 가정부터가 비상식적이다. 예컨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 고객 중 3만원 초과 비용을 쓴 이들이 전체의 5%라며, 전체 외식 매출의 5%인 4조1500억원이 김영란법으로 감소할 것이란 부풀린 분석을 내놨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관련 업계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선물값 기준을 5만원으로 가정해 지난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법 적용 대상자의 7%가 선물을 받고 있다는 가장 비관적인 기준을 적용했을 때 선물 수요 감소폭이 0.86%다. 2014년 부패 인식도 조사에서 일반인과 기업인의 금품·접대 제공 경험 비율은 각 2%, 3.9%였는데, 그 2~3배에 이르는 수치를 적용해도 수요 감소폭이 1%도 안 되는 셈이다. 정부와 업계가 좀 더 객관적이고 투명한 수요 축소 예상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기대 수준 높은 ‘언론인’ 김영란법 논란의 이면에, 언론인이 법 적용 대상에 들어 있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주된 적용 대상인 공직자에 견줘 언론인의 불만이 더욱 크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월드리서치에 맡겨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과 공직자에 비해 언론인이 생각하는 식대·선물값 허용 기준이 단연 높았다. 예외적으로 허용할 식사비 기준으로 공직자는 3만3000원을 제시해 가장 낮은 반면, 언론인은 5만원을 기준으로 여기고 있었다. 일반 국민은 3만8000원, 사립학교 교원은 3만9000원이었다. 선물 비용 기준도 언론인은 5만9000원을 제시해 가장 높았고, 공직자는 비교 대상 중 가장 낮은 4만1000원 이하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언론사 종사자는 공직자가 아니란 점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란이 입법 당시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7~8월께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기다려봐야 할 상황이다.

■ 부패는 경제성장 장애물 김영란법 입법이 추진된 배경에는 공공 부문의 부패로 인한 정부 신뢰 저하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놓여 있다. 고위공직자 등의 거액 금품수수 사건이 연례행사로 터져나오지만, 대가성이 없다며 형사처벌을 면하는 일이 흔하다. 2015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체코·몰타와 함께 3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데도 세계 기준에 맞는 부패예방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부패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다. 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부패 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매년 0.6~1.4%포인트 높게 성장하며, 한국은 특히 부패로 인한 성장 손실이 다른 나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995~2010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청렴도가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138.5달러, 명목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65%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1.

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북, 탄도미사일 함북 산악 내륙에 떨어지는 사진 첫 공개 2.

북, 탄도미사일 함북 산악 내륙에 떨어지는 사진 첫 공개

이재명 ‘선거법 위반’ 2년 구형에…민주 “공작수사 통한 정치탄압” 3.

이재명 ‘선거법 위반’ 2년 구형에…민주 “공작수사 통한 정치탄압”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에…국힘 김재섭 “문자 한 것 자체가 부적절” 4.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에…국힘 김재섭 “문자 한 것 자체가 부적절”

극우 유튜버 출신 인재개발원장 “김 여사 명품백 수수, 해프닝 불과” 5.

극우 유튜버 출신 인재개발원장 “김 여사 명품백 수수, 해프닝 불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