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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백남기 농민 ‘병사→외인사’ 수정 늑장부린 서울대병원

등록 2017-11-15 13:50수정 2017-11-15 15:54

감사원, 서울대병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발표
31건 부당·위법 사항 확인
“병원 채용 때 공개 아닌 진료과장 추천으로…
응급차량 응급실 접근성도 떨어져”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장례 미사를 마친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서린사거리를 향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장례 미사를 마친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서린사거리를 향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는 과정에 늑장을 부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재확인됐다.

감사원이 지난 7월3일부터 19일까지 서울대병원의 주요 업무와 조직, 인사 등 경영관리분야를 점검한 결과 모두 31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울대학교병원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울대병원은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나와 있는 사망 종류를 2016년 9월 병사에서 9개월만인 2017년 6월 외인사로 수정하면서 이 업무를 2개월 동안 중단하는 등 늑장을 부렸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 고인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고 외압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10월1일 곧바로 ‘고 백남기님의 사망진단서 관련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 위원회’를 구성하고, 11월엔 고인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를 보직 해임했다. 올해 2월1일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및 사망진단서 정정 청구소송 소장이 도착하자 병원의 의료윤리위원회는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기 위한 회의 등을 열었지만 진단서 수정은 4개월이 지나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에야 완료했다. 병원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3월14일부터 5월 중순까지 두 달 동안 수정 업무를 중단하는 바람에 수정 업무 처리가 늦어진 것이다. 감사원은 “서울대병원이 두 달 동안 논의를 중단하는 등 뒤늦게 사망 종류를 수정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병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고인은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나갔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아스팔트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약 11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9월말에 숨졌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 서울대병원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나왔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진료교수 및 임상강사를 채용할 때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고를 내 응시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채용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응시자 간 경쟁 없이 진료 과장이 추천한 사람을 채용해왔다. 감사원은 “진료과장 개인의 추천 여부가 진료 교수 채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채용 절차 때문에 서울대에서 학부 과정을 거치지 못했거나 서울대병원과 분당병원에서 전공의, 임상강사 과정을 거치진 못한 다른 대학 출신 의사들이 진료 교수 채용 시 공정한 응시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이 응급 환자를 태운 차량이 가능한 한 응급실로 빨리 들어오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대병원에는 암 병원 등 건물 8개가 새로 지어지거나 면적이 늘어나면서 병원 안 유동 인구와 차량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병원 안팎에서 교통이 혼잡해졌고 구급차가 응급실로 들어오는 동선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병원은 도로 확충 등 긴급차량의 응급실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2017년 측정해 본 응급환자 발생 장소에서 서울 시내 주요 6개 병원 응급실까지 환자를 이송하는데 걸린 시간 자료를 보면 서울대병원의 평균 이송 시간이 18분으로 다른 6개 병원 가운데 가장 길다. 다른 5개 병원은 환자를 병원까지 싣고 가는 데 적게는 11분에서 오래 걸려도 13.7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서울대병원장에게 “구급차의 원활한 진출입 및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해 서울대 치과병원과 의과대학 등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응급환자의 응급실 접근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 외에도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3년 동안 실시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에서 의사가 판독 소견서를 내지도 않은 61만5000여건의 판독료 19억200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에게 부당 청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에게 영상검사를 실시한 뒤 판독 소견서를 작성한 경우에 한해 환자와 공단에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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