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11일 서울대를 방문해 최근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이아무개씨의 유족을 위로하고, 유족·노조·학교 관계자와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이 지사가 이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하자 서울대 학생처장인 구민교 교수는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역겹다”고 맞선 바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이씨가 생전에 청소를 담당했던 기숙사 925동 인근에서 이씨의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 지사는 숨진 노동자 이아무개씨의 남편이 “매일 아내와 함께 출근했는데 지금은 혼자 출근할 수밖에 없어 출근할 때마다 울면서 출근한다”고 말하자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캠프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이 지사의 여동생이 청소노동자였는데 7년 전 화장실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여동생이 성남시장인 오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청소일을 하다가 과로로 숨졌다면서 아픔을 토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학생처장이 역겹다고 한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분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학교가 ‘직장 갑질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데 대해선 “그 부분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충분한 진상규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학교 당국도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실 것으로 생각된다”며 “책임 문제는 충분히 진상규명이 된 다음에 판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어 30분간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선 “안타깝고 아픈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과 상황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학교 측과 노조 사이에서 조사 주체에 어디까지 참여하느냐를 두고 견해가 엇갈리는데 학교 측이 (노조도)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주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보다 많은 분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울대에 건의했다고 홍 대변인이 전했다. 이 지사는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인간의 존엄, 노동자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청소노동자 갑질 논란과 관련해 “우리 모두 크고 작은 부당함과 모멸을 감내하며 산다. 40년 전 공장 다닐 때도 몇 대 맞았으면 맞았지 이렇게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다. 저성장이 계속되고 기회가 희소해진 사회의 서러운 풍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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