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이준석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번복 논란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원한다고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는 건 팩트가 아니다”고 못 박으며 진화에 나섰다. 전날 이 대표가 원내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합의를 해오자, 김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긴급히 만나 합의 내용을 번복하며 ‘톤다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사실이 알려진 것은 전날 오후 7시50분경이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의 만찬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훨씬 더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는 안과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은 비상이 걸렸다. 추경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지도부와 사전에 논의 없이 이 대표가 덜컥 여당과 협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오후 9시 긴급 회동했다. 당시 원내지도부는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대표가 상의도 없이 혼자 지르고 와서 원내지도부가 다소 격앙된 모습이었다”며 “늦은 시간이었지만 김 원내대표가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큰 틀에서만 대표끼리 합의하고 세부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이 대표가 곧바로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잡은 것”이라며 “배석자가 없다 보니 오해가 있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40여분간의 논의 끝에 원내대표실이 대표 간 합의 수위를 한층 낮춘 입장문 초안을 작성했다. 이날 오후 9시40분 황보 수석대변인의 명의로 내놓은 보도자료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으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방역 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석대변인 명의의 입장이긴 했지만, 사실상 원내지도부가 물밑에서 합의 내용을 번복하며 수습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합의를 파기한다고 하기엔 당대표의 체면 문제 등이 걸려 있으니, 원내대표가 톤다운해 당의 ‘선별 지급’ 기조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파장이 계속되자 다음 날 김 원내대표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지원한다고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는 건 팩트가 아니다”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당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과 똑같은 (선별지급) 입장을 갖고 추경 심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기조대로 ‘선별 지원’을 중심으로 추경 심사에 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추경 확대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 재원이 33조원인데 추가로 확보한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국채로 추가 발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원내지도부 사이에 협상 내용에 대해 사전에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당 내부 반응은 오히려 언론 여러분이 알 것”이라고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 움직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준석 리스크는) 호사가들의 말씀이다. 각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데,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이 있어 설명하는 것”이라며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진땀을 뺐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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