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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언론중재법 막판까지 진통…여야 5시간 동안 4차례 협상

등록 2021-08-30 21:17수정 2021-08-31 07:39

민주당 의총 2시간 넘게 토론
“단독 처리” 강경론 다소 우세
여론 역풍 우려, 신중론 적잖아

‘고의·중과실 추정’ 삭제 수정안
민주, 국민의힘에 제시하고 협상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과 관련해 협의점을 찾지못해 오후 9시에 다시 회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과 관련해 협의점을 찾지못해 오후 9시에 다시 회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이 예고됐던 30일, 더불어민주당의 하루는 긴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안팎 의견 수렴 및 야당과의 협상으로 종일 분주한 일정을 이어갔다. 이철희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를 찾아 여야 협상 결과를 챙기는 등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과 간담회를 한 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도 비공식 면담을 했다. 배 원내대표는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민주당에)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며 “정의당도 언론중재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현재 몇가지 보완할 내용이 있고, (민주당이) 언론중재법만 다루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나 신문법, 지역신문발전법 등을 한번에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민주당이 열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언론개혁 특위 등 논의기구를 설치하고 올해 말까지 등으로 시한을 정해 여야 합의로 논의를 해나가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송 대표 쪽은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번 만남은 송 대표 쪽 요청으로 이뤄졌다.

송 대표는 오후 2시엔 당 원로인 임채정, 문희상,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의원 등을 만나 언론중재법 처리를 놓고 의견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지혜로운 처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유인태 전 의원은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뭐냐. 180석의 위력을 과시하고 독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국 4월 7일에 심판받은 것 아니냐. 4월7일 밤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차담회 뒤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송 대표에게 “쥐 잡다가 독을 깬다. 소를 고치려다 소가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 언론개혁은 해야 하지만 언론중재법은 보완, 숙의, 사회적 합의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전했다.

중요 고비는 의원총회였다. 언론중재법의 내용과 처리 시점 등을 놓고 당내 다양한 이견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회동 이전까지 의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2시간 넘게 논의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선 의원 10여명이 발언을 했는데,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지를 놓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간을 끌면 공격 빌미만 생기니 일단 처리하고 보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강행 처리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고 전해진다. 이학영·이원욱·서영교·정청래·김민석·강병원 의원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박정 의원 등은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안의 세부 내용은 이미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걸러졌고,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으니 본회의 의결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신중론을 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야당 및 언론·사회단체의 반발 속에 여당이 단독 처리하는 데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허종식 의원은 이날 오후 의총 도중 페이스북에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은 당연히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한달∼3개월 정도 언론계를 설득하고 여야가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총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던 장철민 의원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다른 언론개혁 안건을 ‘패키지’로 함께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설훈·김성주 의원 등도 강행 처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법안 도입 자체에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국민이 (법안 내용을) 잘 모르니까 ‘언론재갈법’이라고 이해하지 않나. 국민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애초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이용우 의원은 통화에서 “(1인 미디어 규제 등이) 모두 합쳐져야 언론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추정 조항이나 허위·조작(보도) 대목도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인 뒤 최종 결정은 지도부에 일임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민주당 의총이 길어지면서 이날 4시에 시작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밤까지 수차례 만나 머리를 맞댔으나 평행선을 달리다 헤어지기를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언론중재법 수정안을 들고 협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목됐던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을 삭제해 애초 법안을 대폭 수정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야당이 이 또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협상 결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애초 오후 5시에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계속 미뤄졌다. 여야 의원들 모두 ‘본회의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이날 오후 6시30분에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윤 원내대표를 만나고 나오는 장면도 포착됐다. ‘언론중재법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수석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노지원 심우삼 서영지 송채경화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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