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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날까지 강경론 우세 민주당, ‘협의체 구성’으로 급선회한 까닭은

등록 2021-08-31 16:41수정 2021-09-01 09:46

국회의장 합의 요구…강행처리 어려워져
‘문 대통령·유엔 우려’ 강경론 누그러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9월 27일 본회의 상정 등의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9월 27일 본회의 상정 등의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여당의 강경한 분위기가 신중론으로 선회한 건 강행 처리 시도에 따른 독주 프레임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청와대의 우려 전달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강행 처리가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30일 밤 당내 강경론이 누그러지며 ‘숙성 논의 뒤 처리’라는 협상안이 도출될 수 있었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30일 저녁 7시30분 원내대표 회동까지도 일부 조항 수정 뒤 강행처리 기류가 강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3차례 여야 협의가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할 수 있다’며 수정 의견을 냈지만 국민의힘은 열람차단청구권과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있는 한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은 수정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끝까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아 협상이 무산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행 처리가 우리 내부의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계속된 협상에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지만 박 의장은 ‘합의 처리’를 거듭 요구했다. 박 의장이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한 언론중재법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강행 처리도 안 되고 합의도 어려운 진퇴양난 상황에서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가 오후 5시께 당내 강경파 의원 1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한 것이다. 그동안 강하게 언론중재법 처리를 요구했던 이들 의원들은 ‘언론중재법 처리 날짜만 특정할 수 있으면 본회의를 연기해도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이런 의견을 확인한 원내지도부는 저녁 8시30분 의원총회에서 야당에 던질 합의안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우려가 여당에 전달된 것도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후 4시부터 국회에서 머무르며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 수석은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강행 처리로 흐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최고위원들도 설득했다고 한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한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요구하는 서한도 접수된 사실을 알렸다. 앞서 비영리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이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인권규약 규정을 위반했다’며 낸 진정에 따른 것이었고 이런 내용은 의총에서 공유됐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유엔 건까지 알려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청와대가 우려를 전달했는데 ‘청와대까지 저러는데 강행했다가 탈이 나면 큰일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아니었으면 강경파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의 끝에 민주당은 ‘협의체 구성 뒤 법안 처리’ 협상안을 마련했고 전날 밤 9시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에 제시했다. 민주당은 처음엔 ‘협의체를 구성해 2주 뒤에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뒤 국민의힘은 논의 기간을 6개월, 민주당은 20일을 역제안했고 이날 오전 ‘1개월 뒤 처리’로 최종 타결됐다. 민주당은 1인 미디어 규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 꾸러미 논의’도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협의체 논의 대상은 언론중재법으로만 한정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 대치 국면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국회의장이 계속 협의해오라고 하는 상황에서 원내지도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영지 송채경화 이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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