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윤재순 총무비서관(왼쪽)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는 성추행 문제로 두 차례 징계를 받은 윤재순 총무비서관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시 징계를 받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대통령실 비서진들의 도덕성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눈높이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문제적 인사’들에 대한 임명 철회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을 위해 17일 열린 운영위 회의에서 야당은 대통령실 비서진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하는 한편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집중 추궁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비서관이 성추행 징계 전력에 이어 왜곡된 성인식을 담은 시집을 발간해 논란을 빚고 있는 두고 “대통령 문고리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1급 총무비서관이 성비위자인 것으로도 모자라 (대통령이) 옹호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단체로 도덕불감증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권성연 교육비서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추진과정에서 여론조작에 나선 의혹 등을 두고 “능력과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도덕성인데 제대로 검증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일부 언론(보도된 부분)이나 지적되는 부분에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며 유감을 표현했다.
이날 회의에 직접 출석한 윤 비서관도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사과를 드려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먼저 사과 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그는 조직 내 성추행으로 경고 처분을 받았던 것을 두고 “사실관계는 다른 부분이 있으나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드리면 또다른 불씨가 된다”며 의혹을 일부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윤 비서관이 발표한 시 가운데 또다른 ‘문제작’이 드러나며, 윤 비서관을 향한 비판은 더욱 가열됐다. 그는 2001년 펴낸 시집 <석양의 찻잔>에 실린 시 ‘전동차에서(전철 칸의 묘미)’에서 ‘사내아이들’의 지하철 내 성추행 장면을 미화하며 “요즘은 여성전용칸이라는 법을 만들어 그런 남자아이의 자유도 박탈하여 버렸다나”라고 적었다.
운영위 회의장에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2013년 탈북 화교 출신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가 재판 과정에서 위조문서가 제출됐던 사실이 확인돼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유우성씨의 여동생 분과 직접 통화를 했다”며 “여동생이 ‘이 전 검사는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양심이 있으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비서관이 당시 재판부에 제출했던 증거가 위조된 문서라는 걸 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 유씨 등의 말을 들어보면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비서관이 당시 조작에 관여했는지 모른다’는 논리를 펴며 방어했다. 김대기 실장은 이날 운영위에 참석하지 않은 이 비서관을 대신해 “제가 아는 한 (이 비서관은) 조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인해 보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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