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1번 출구 앞에서 배국환 성남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이후 행보를 조명하며 “권력형 성범죄, 여성에 대한 폭력, 윤석열 대통령의 젠더 정책에 분노하는 한국 여성 수백만 명의 ‘길잡이별’(lodestar)이 됐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30일 공개한 ‘정치판에 뛰어든 26살 성범죄 투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위원장이 디지털 성범죄 ‘엔(n)번방’을 추적하고 폭로한 활동가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의 고문을 거쳐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20대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표라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앞으로 한국 뿐 아니라 어디서든 (20대 여성 당 대표가) 일상적인 일이 되길 바라며, 세대나 젠더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한국 사회의 젊은 여성들이 놓인 성범죄와 성차별적인 상황을 자세히 소개한 뒤, 지난 3월 대선 당시 민주당이 여러 차례 불거진 당내 성범죄로 ‘더불어만진당’(the ‘groping and touching’ party)이란 오명을 쓰고 있었다고 적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박 위원장이 이재명 당시 후보의 설득으로 여성 이슈 자문역을 맡아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익명을 벗어던지고 정치권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가족이 괜찮을지 걱정했지만 ‘내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한 특검법이 본회의 상정에 실패한 이후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보인 데 대해선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정치인들이 눈물을 흘릴 때 다들 연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이 있는 사건에 익숙해져선 안 된다.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박 위원장이 민주당 지도부에 합류한 이후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 매체는 “그는 선거가 끝난 뒤 자신의 역할에 대해 코멘트하길 거절했다”며 박 위원장이 남긴 다짐의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저는 상식과 대중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더 깊은 민주주의와 더 폭넓은 평등을 위해 타오르는 불꽃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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